부산웨딩박람회 방문 전 체크포인트, 설레고 조금은 허둥댔던 나의 7일 기록

부산웨딩박람회 방문 전 체크포인트

어제 새벽 두 시. 창문 바깥으로 바닷바람이 밀려오는데, 묘하게 짜릿했다. 곧 결혼이라니. 나는, 아직도 실감이 안 난다. 그리고… 웨딩박람회라니, 누가 보면 엄청 준비성 철저한 예비신부 같겠지만 사실 나는 “결혼? 그냥 잘 살면 되는 거 아니야?” 하며 질끈 눈을 감아온 사람이다. 그러다 친구가 한마디 했다. “야, 박람회 가면 진짜 싸게 계약할 수 있어.” 그 말에 혹해서, 이번엔 제대로 뛰어보기로 했다. 올봄, 바다 냄새가 짙은 그 도시, 부산웨딩박람회가 나를 부르고 있었다.

그런데 준비 과정이 만만치 않았다. 머릿속이 복잡해지면 나는 괜히 싱크대 앞에서 컵만 닦는다. 물소리에 묻혀 생각을 정리한다나 뭐라나… 그렇게 컵 세 개를 번갈아 헹구다 깨달았다. “아, 체크리스트부터 만들자.” 이 글은 그 일주일, 내 머리와 손이 허둥지둥 오가며 만들어낸 작지만 실질적인 기록이다. 혹시 나처럼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지?’ 고개 갸웃한 사람에게 작은 길표가 되길 바라며, 자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 볼까?

장점/활용법/꿀팁

1. 부스 동선, 사전에 눈으로 그려보기

박람회장 도면을 미리 프린트했다. 마치 보물지도 같았다. 동그라미 치고, 별표 그리고, ~표시는 ‘꼭!’의 의미. 그런데 실수 한 가지. 나는 방향치다. 지도를 회전해 놓고 들고 다니느라, 입구에서부터 반대로 돌았다. 덕분에 인기 많은 드레스 부스를 한참 뒤늦게 만났다. 그래도 그때 만난 한 신부님이 이런 팁을 줬다. “동선은 시계 방향 유지가 편해요.” 덕분에 뒤 이어지는 부스는 수월했다. 아, 인연이란 참 재미있다.

2. 계약서 사진 찍기, 그리고 속으로 ‘깊게 숨 쉬기’

사은품에 혹해 휙휙 싸인할 뻔했다. 꽃다발 무료라니, 누가 안 혹하지? 그때 옆에 있던 예랑이의 낮은 목소리. “잠깐, 휴대폰으로 찍어두자.” 덕분에 우리는 집에 와서 다시 조목조목 살필 수 있었다. 현장 할인, 사은품, 추가 드레스 피팅 횟수… 단어 하나가 금액을 뒤집을 수도 있다. 사진은 거짓말을 안 하니까, 마음이 놓였다.

3. 시간표를 30분 단위로 쪼개기, 다만 유연하게

나는 스프레드시트를 사랑한다. 그러나 현실은, 상담이 길어지면 30분이 50분으로 훌쩍. 그럼에도 대략적인 틀을 세워두니 나침반 같은 기분이었다. 상담과 상담 사이, 10분 정도 쉬어가기 칸을 만들었는데, 그때마다 우리는 화장실에서 몰래 도시락 김밥을 쌈싸먹었다. 배고프면 판단력 떨어진다, 정말로.

4. 모바일 메모에 ‘즉흥 감정’ 적기

계약 조건은 냉정하게 비교해야 하지만, 느낌이라는 게 묘하게 남는다. “이 실장님 목소리 좋다”, “조명이 따뜻해서 사진 기대” 같은 TMI를 메모장에 적어뒀다. 집에 와서 보면 웃기지만, 이상하게 최종 선택에 큰 역할을 했다. 사람 마음은 숫자만으로 움직이지 않더라.

5. 마지막으로, 한 박자 늦은 박수 😉

박람회장을 빠져나오며 손뼉을 딱 쳤다. 잘했다, 우리. 작은 포상으로 근처 카페에 들러 아인슈페너 한 잔. 크림이 입술에 묻어도 괜찮았다. 그동안 조였다 풀렸다 했던 심장이, 커피 향에 녹아내렸다.

단점

1. 정보 과부하, 기분도 과부하

솔직히, 첫 1시간은 눈이 휘둥그래졌다. ‘이것도 예쁘고 저것도 예쁘고’ 하다 보면 정신이 멈춘다. 집에 돌아와서 사진 폴더를 천천히 넘기는데, 얼굴이 어질. 결국 다음 날까지 정리했으니, 체력뿐 아니라 멘탈도 준비해야 한다.

2. 한정 할인이라는 압박

부스마다 ‘오늘만 30%’라는 팻말이 나를 조여온다. 나는 세일이라는 단어에 약해 한 번 흔들렸다. 예랑이가 없었다면 이미 카드 긁었겠지. 그러니, 동행 필수. 냉정한 조언자를 한 명 더 데려가라. 진심.

3. 주차 전쟁

부산 도심 주차는 늘 전쟁이다. 우리 차가 지상 주차장 입구를 세 번 지나쳤다. 네비가 안내한 골목은 공사 중, 허탈한 웃음만. 결국 근처 백화점 유료 주차장에 넣었다. 추가 비용? 예상 못 했던 출혈이었다.

FAQ

Q. 초보자는 몇 시간 정도 잡아야 할까요?

A. 나는 총 네 시간 반을 썼다. 다리 아프다 싶으면 한 시간 더. 상담마다 체험 이벤트가 있어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허리 보호대를 미리 착용했더라면… 하는 아쉬움.

Q. 사전 예약해야 하나요?

A. 가능하면 하자. 내가 당일 신청 조기 마감으로 원하는 시간대 못 받고, 대기 40분 했다. 차라리 온라인 예약하고 여유롭게 커피 한 잔 더 마실 걸.

Q. 부모님 동행은 필수일까요?

A. 상황마다 다르지만, 나는 둘만 가길 택했다. 결정권이 우리에게 있단 걸 확인하고 싶었달까. 대신 계약 직전, 스캔한 자료를 부모님께 보내 의견 들었다. 그게 더 속 편했다.

Q. 정말로 싸게 계약할 수 있나요?

A. 나는 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 패키지를 기존보다 22만 원 저렴하게 잡았다. 그런데 싸게만 보고 덜컥 계약했다면 후회했을 거다. 조건 비교는 필수, 할인은 덤이다.

Q. 부산 외 지역 예비부부에게도 추천인가요?

A. 솔직히 이동 시간과 교통비를 감안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처럼 여행 겸 데이트를 겸한다면 즐겁다. 나는 해운대 해변 야경을 덤으로 얻었다. 바다 위 불빛이 반짝, 예감이 좋았다.

끝으로,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손끝이 조금 떨린다. 준비라는 건 끝이 없고, 웨딩이라는 단어는 여전히 낯설다. 그러나 그날 박람회장을 나올 때 느낀 묘한 든든함을 믿어 보려 한다. 만약 당신도 ‘나 준비가 덜 된 것 같은데…’ 하고 속으로 중얼거린다면, 내 실수를 적당히 참고하고, 자기만의 리듬으로 천천히 걸어가길. 우리는 결국, 우리 방식으로 빛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