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준비하는 웨딩박람회 가이드
처음 준비하는 웨딩박람회, 설렘 반 실수 반의 기록
분명 어제까지만 해도 프로포즈 반지가 손가락에서 반짝였는데, 오늘 아침 눈을 뜨자마자 머릿속엔 “박람회! 박람회!”가 울렸다. 나는 늘 그렇다. 신나는 일 앞에서는 괜히 조급해지고, 아무리 검색창을 들락날락해도 정보가 모자란 것처럼 느껴진다. 결국 친구의 “가서 부딪혀!” 한마디에 용기 얻어, 생애 첫 웨딩박람회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말이지, 집을 나서며 힐을 신을까 운동화를 신을까 몇 분을 서성이다가 늦어버린 건 안 비밀….
장점·활용법·꿀팁, 그리고 나의 소소한 TMI
1. 한자리에서 끝내는 올인원 경험
입장하자마자 귀에 들려온 건 각 부스에서 터지는 “신부님 여기 한번 보고 가세요!” 외침. 솔직히 순간 움찔. 그래도 꽃길만 걸을 거야… 생각하며 첫 부스로 발을 들였다. 드레스, 예물, 허니문 패키지까지 한 공간에 모여 있다는 건 분명 대단한 장점이다. 덕분에 ‘체력 고갈’이라는 단점을 잠시 잊었다. 나중에 확인해 보니 내가 받은 견적서만 열두 장. 와, 어깨에 가방보다 서류가 더 무거웠다.
2. 비교 견적의 쾌감
가격표를 들여다보며 머릿속 계산기를 쉼 없이 두드렸다. “이거 쿠폰 쓰면 몇 퍼 할인?” 중얼거리다가, 옆 부스 직원과 눈 마주쳤을 때의 민망함이라니. 그래도 덕분에 같은 웨딩홀이라도 주말·평일 가격차, 식사 업그레이드 조건 등을 깔끔히 비교할 수 있었다. 나중에 예랑이한테 으스대며 “내가 벌써 200만 원 절약했어!” 자랑했더니, 그는 미소만. 흠, 긴가민가?
3. 실물 체험의 설렘
스크린 속 사진으로만 보던 드레스를 직접 만져보니, 하늘하늘 레이스가 손끝을 간질였다. 갑자기 “입어볼래요?” 질문에 심장이 두근. 잠깐 사이즈가 안 맞아 지퍼가 중간에서 멈췄지만(아, 어제 야식…), 거울 속 내가 꽤나 그럴듯해 보여서 괜히 씩 웃었다😊
4. 꿀팁? 발 편한 신발 + 손목 가벼운 가방
아침에 힐 신고 갈까 망설였던 지난 나에게 말해주고 싶다. 무조건 운동화. 부스 사이 동선을 몇 번이나 돌다 보면 발바닥이 울고, 힐을 벗어 던지고픈 충동이 몰려온다. 그리고 핸드백 대신 크로스백 추천! 두 손은 신부수첩과 시식 쿠폰, 시음 와인 잔을 위해 비워두자.
단점, 고백하자면 이런 삽질도 있었다
1. 과도한 견적 폭탄
견적을 받는 건 좋았지만, 한 시간 만에 열 장 넘게 쌓이는 A4 종이를 보며 ‘뭘 어떻게 고르지?’ 막막했다. 심지어 같은 스튜디오도 옵션에 따라 가격 차이가 천차만별. 정보 과부하로 머리가 지끈. 그래서 나는 부스 한구석에서 구석메모장 켜고 ‘취향·예산·우선순위’ 세 단어만 적어놓았다. 그게 나중에 큰 도움이 되더라.
2. 무의식적 카드 긁기
“오늘 계약하시면 추가 할인!” 유혹은 달콤했지만, 부스별 계약금이 쌓이다 보면 어느새 카드 명세서가 무서워진다. 나는 잠깐 설렘에 취해 한 부스에서 예약금을 결제했다가, 집에 와서 ‘과연 꼭 필요했을까?’ 자문했다. 결국 취소 전화 돌리는 해프닝 끝에 수수료 3% 날렸다. 아깝다, 정말.
3. 타임어택 스트레스
현장 이벤트 시간에 맞추려다 보니 화장실도 참았다. 마지막 경품 추첨에서 내 이름 불릴까 두근대며 서 있었지만, 역시나 꽝! “경품보다 건강이 먼저”라는 진리를, 너무 늦게 깨달았달까.
FAQ – 혹시 나처럼 두근거리는 당신을 위한 속삭임
Q1. 주말 vs 평일, 언제 가는 게 좋나요?
A. 나는 토요일 오후 1시에 들어갔는데 인파가 장난 아니었다. 다시 간다면 금요일 저녁이나 일요일 개장 직후를 노릴 거다. 부스 직원과 여유 있게 대화하려면 사람이 적은 시간이 확실히 유리하다.
Q2. 꼭 리스트를 미리 만들어야 하나요?
A. 솔직히 난 체크리스트 없이 갔다. 그래서 눈이 번쩍 하는 부스마다 들렀고, 정신이 혼미해졌다. 최소한 ‘드레스·스냅·예물·허니문’ 네 가지는 우선순위를 적고 가면, 발걸음이 훨씬 가벼울 거다.
Q3. 예식장 계약, 현장 할인만 믿어도 될까요?
A. 나의 작은 실수에서 배웠다. 현장가는 매력적이지만, 반드시 계약 전날까지 같은 혜택을 보장하는지 물어볼 것. ‘오늘만 가능’이라는 문구는 대부분 협상 여지가 있었다. 흥정을 즐겨보자, 생각보다 재미있다.
Q4. 시식, 시음… 배 불러도 다 해봐야 할까요?
A. 웨딩홀 결정에 큰 비중을 차지하니, 속 편한 상태에서 적당히 맛보는 걸 추천. 나는 “무료니까!” 하며 과식을 했다가 다음 부스 드레스 피팅 때 배를 집어넣느라 진땀을 뺐다. 적당히, 정말 적당히.
Q5. 혼자 가면 민망하지 않을까요?
A. 의외로 ‘혼신부’ 많다. 나 역시 첫 방문은 친구 한 명도 없이 갔는데, 부스 직원들이 더 친절히 설명해 주어 오히려 집중이 잘 됐다. 단, 계약 결정은 반드시 파트너와 상의 후에!
…결국 집으로 돌아오는 지하철 안. 한 손엔 차곡차곡 접힌 브로슈어, 다른 손엔 시들어버린 풍선이 들려 있었다. ‘나는 과연 좋은 선택을 했을까?’ 질문이 머리 위를 맴돌았지만, 곧 알 수 있으리라. 이 모든 두근거림을 통해, 우리의 결혼식이 조금씩 형태를 갖춰가리니까. 만약 당신도 첫 박람회 앞에서 떨리고, 실수할까 걱정된다면? 걱정 말라. 나도 그랬고, 그래도 잘 웃으며 돌아왔으니까. 그리고 다음엔 운동화 꼭 신을 거다… 아, 진짜다 ^^